회사일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이전보다 강도가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난 건 아니었다.
3개월동안 전보다는 (수입적으로)안정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내 몸과 정신은 한껏 해이해져 있었다. 나태해진 몸과 머리를 리프레쉬하고자 가벼운 등산을 다녀왔다.

원래는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상청. 주말 내내 쨍쨍했고 덕분에 계획했던 아차산 등산을 할 수 있었다.
가볍게 아차산까지만 오르고 주변 둘레길을 다녀볼 예정이었지만, 결국 아차산을 지나 용마산 정상까지 찍고 와버렸다.
아차산은 일반적인 정상에 놓인 이정표와는 다르게 생겼다. 편평한 등산로 중간에 단순한 안내판처럼 생겨 자세히 보지 않으면 여기가 아차산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다르게 얘기하면 정상에 도착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
산을 탈때마다 정상을 안찍으면 적성이 안풀리는 나는, 역시 아차산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 바쁘게 용마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쉬는시간 포함, 용마산 정상까지 1시간 반정도 걸렸다. 간만에 땀흘리며 도착한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언제나 장관이다.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길래 사먹었다. 근래에 먹은 아이스크림 중 가장 달콤한 맛이었다. 집앞에서 1000원 밑으로도 파는 아이스크림을 2000원에 팔았는데, 난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산정상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니까. 2000원의 폴라포를 바라보면서 공부중인 브랜딩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고, '나의 값어치를 이렇게 높여야지' 등등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난 왠만하면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는 걸 선호한다. 산은 각 등산로마다 풍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산하는 중간에 긴고랑길로 내려가는 길이 있길래 무작정 그쪽으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에 꽤 기다란 계곡을 발견했는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긴고랑 계곡이라는 곳이었다. 상부쪽에는 산악회로 보이는 어른들이 여기저기서 한상 푸짐하게 차리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막걸리를 걸치고 계셨다. 너무 부러웠다. 나도 발이라도 담가볼까 싶어 내려갔지만 사방에서 시끌벅적하게 한잔씩 하고 계서서 조용히 다시 나왔다. 주변 산악 동호회란 동호회는 모두 모인 듯했다. 하류쪽은 아이들의 워터파크였고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서울 시내 이렇게 가까운곳에 계곡이 있을줄은... 언제한번 다시 와보고 싶다.

하산을 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식당에 들어간다. 분식집이 보여 들어갔고, 그곳의 김치찌개는 역시 근래 먹은 찌개 중 가장 맛있었다. 두 공기를 해치워버렸다. 근방 동네사람들이 들락날락 하시면서 담소들을 나누시는데 '이 가게가 동네 이야기 장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 아주머니가 동네 소식들을 속속 아시는 것 같더라. 밥도 후하게 공짜로 더 퍼주시는게 서울에서는 흔치 않은 정감이 이곳에서 들었다. 시골에서나 느낄법한 인심이랄까. 다음에 또와야지.


개걸스럽게 밥을 먹고 나서야 떨어진 신발 밑창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신던 등산화라 꽤 오래된 신발이지만 그래도 여산 저산 많이 다녔는데 보내줄 때가 되었나보다. 그래도 뭔가 오늘 하루 부지런히 보낸 증표같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등산도 했겠다, 이 기운을 받아 다시 심기일전해서 글도 꾸준히 쓰고, 손 놓고 있던 디자인과 그림도 다시 끄적여보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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