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업무차 대구쪽에 내려와 계서서 새해를 아버지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화왕산이라는 산에 올라가 새해 첫 해돋이를 보기로 정했다. 그이유는 즉슨, 창녕 조씨의 무슨 기념비를 보기 위해서다.
새벽 등반은 처음이었다. 등산을 막 좋아하기 시작한 등린이인 나는 손에 쥔 랜턴에 의지하며 등산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경치를 감상하며 산을 오르는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랜턴불과 땅바닥만 보며 올라가야하는 새벽 등반은 지루했다. 756m의 산. 중간까지는 우리말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지루하게 느낀건지도 모른다. 절반을 올라갔을때 쯤, 아래 위로 랜턴 불빛들이 알음알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처럼 새해를 산에서 보내려고 작정한 자들이다. 중간중간 불을 밝히며 쉬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새해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이정표가 정상까지 0.3km가 남았다고 알려줄때 쯤 멀리 있는 창녕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상에 거의 도착하자, 도대체 어디서들 올라오신건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정상부근에 도착하자 날이 개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방이 탇 트였고, 트레킹 코스를 따라 산등성이가 줄줄이 이어진다. 아름다웠다.

저 너머에서 점점 붉은 빛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챙겨온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기다린다. 7시 35분.
7시 30분쯤 포항에서 해가 보이고 36분쯤 여수에서 일출이 시작된다기에 ‘날이 밝아지기만 하고 여기서는 해가 안보이나’ 싶었다.
내맘을 읽기라도 했는지 동그랗고 빠알간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점점 올라오는 해를 보며 냅다 소원을 빌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산을 올라오는 과정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여기저기서 올라온 사람들이 이상하다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이러한 나의 불편한 생각은 저 솟아오르는 해를 보자마자 눈녹듯 씻겨내려갔다. 새벽부터 산을 올라오는 이유가 충분히 되고도 남은 해돋이였다.

창녕비를 보기 위해 반대쪽 트레킹코스를 잠깐 타보기로 했다. 조금 내려가자마자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졌다.
그래 이거지! 이런 풍경을 보기위해 산을 오르는거지. 황금빛의 갈대밭이 등산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에 펼쳐진다. 덩달아 나도 시원해진다. 2KM남짓 빙둘러가는 코스인데, 중간에 벽돌로 지어진 산성이 늘어서있고, 중간에 거대한 비석이 세워져있다. 창녕 뭐시기라고 한자로 써있다. 신기했다. 나의 본관. 성씨가 시작된 곳이라…

기념사진을 남기고, 트레킹코스를 짧게 마친뒤 돌아가기로 한다. 정상가는 길목에는 정상에 있던 사람들이 내려와 컵라면이나 각자 챙겨온 음식들을 먹고 있다. 산에서는 역시 컵라면인데. 나도 챙겨올걸.
내려가는 길은 날이 밝아서 우리가 어떤길을 올라왔는지 보였다. 차를 타고 귀가하는길에는 아침을 먹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새해첫날이라 그런지 열려있는 식당이 한군데도 없었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살면서 새해의 첫날을 가장 부지런하게 보낸 해가 아닌가 싶다. 물론 돌아와서 낮잠을 3,4시간 때렸지만
뭔가 하나하나 이뤄질 수 있을것 같은 올해이다. 검은 토끼가 내소원을 들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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