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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2 4박 5일 도쿄 여행기 (1) : 도쿄 타워가 보이는 호텔, 조죠지, 긴자

by 잠실샌드위치 2025. 8. 7.

 

*2022년 12.20-25 에 다녀온 도쿄여행 에세이*

 

 몇년만이라 그런지 비행기를 타는 내내 귀가 아팠다.

내리자마자 들린 "아리가또고자이마스"는 어색하고 또 설레었다. 한국인에게 일본의 입국 수속은 답답했지만 그래도 막상 내 차례가 오니 빠르게 끝났다. 짐을 찾자마자 귀여운 비글이 다가와 냄새를 맡고는 지나갔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후, 그리고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다. 대학시절 상해를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뭔지도 모르고 다녔던 여행이었고 체감상, 이번 여행이 제대로 된 첫 해외여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리타공항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갔다. 지하로 가는길에 맛있는 된장냄새를 맡고는 '이것이 일본인가?' 하며 초행자의 티를 팍팍 냈다. 케이세이나리타엑세스 뭐시기는 지하철이라 교통카드만 사서 쓰면 된다. 교통카드는 이름을 새기는게 있길래 해봤다. 충전까지 2000엔. 지하철 안은 향긋했다. 이곳이 종점인지 페브리즈를 뿌리고 들어오나보다. 열차를 타는 사람들은 전부 왠지 모르게 일본인스럽다. 일본이라 당연하고 멍청한 소리지만 난 그냥 모든게 신기했다. 옆에 있는 여자의 옷만 봐도 일본인같다. 무지에서 본 느낌. 열차 내부도, 바깥풍경도, 사람들도 게슴츠레보면 한국이랑 다를게 없는데 가만…히 보고있으면 묘하게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엉덩이가 너무 베길때쯤 다이몬역에 도착해 내렸다. A6번 출구로 나와서 도쿄 거리를 처음으로 봤다. 일본어들이 써있고 건물들은 희한하게 정갈했다. 거리에 쓰레기는 없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건 흡연 구역을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저 이상한 흡연부스의 광경에 한참을 넋이 나가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 중간에 지나간 다리 밑 작은 하천은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초록물이었는데 청동오리 두 마리가 해엄치고 있었고 몇몇 작은 배들이 떠있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패밀리마트에 들어가 연어버터 뭐시기 밥을 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 음식이었다. 역시나 도시락같은, 요깃거리로 먹을게 상당히 많았다. 일본 편의점은 전자레인지가 점원에게있어 계산할때 "돌려줄까?" 하고 물어본다.

 

 4일동안 머무르기로 한 그랜드 호텔은 상당히 레트로한 방을 제공했다. 호그와트에 나올법한 열쇠, 어릴때나 보던 돌리는 수도꼭지, 침대맡에서 나오는 라디오. 창밖에 보이는 도쿄타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4시쯤 밖을 나와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도쿄타워 앞에 있는 ‘조죠지’라는 절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호박모양의 커다란 풍선을 설치해놨는데 루이비통에서 무슨 디자이너랑 협업했단다. 같은 방향의 도쿄타워에서도 루이비통 로고모양의 네온사인이 은은하게 보였다. 조죠지는 꽤 웅장했다. 우리나라 옛 건축물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지붕에 용이나 십이지신 장식이 없었고, 형형색색의 무늬가 일본 옛건물에는 없었다. 유일한 장식은 금박정도. 기둥도 전체적으로 각져보여서 유난히 차분하고 정갈하게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옆에는 향을 피워놓고 스님이 절을 하는 건물이 있었다. 우리나라 불교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주변에 널려있는 빨간옷을 입은 동자석상들은 보살핌 받지 못한 아이들을 기리는 듯 했다.

 

 오나리몬에서 지하철을 타고 2정거장 뒤 히비야에서 내렸다. 그리고 긴자거리로 나갔다. 반짝거리는 명품거리가 반겨서, 돈이 없는 나는 '잘못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중간에 ‘이토야’라는 거대한 문구점을 들어갔다. 12층짜리를 통째로 썼는데 사실 크게 볼건 없었다. 7층인가 물감이랑 마카파는 층이 있었는데 내가 한참 그림을 그렸다면 눈이 돌아갔겠다. 너무 오래걸어서 밥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명품거리에서는 마땅히 먹을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긴자식스 뒤쪽에 맛집이 많단다. 그쪽만 안갔는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신바시역에서 하마마쓰쵸로 옮겼다. 중간에 자판기에서 뽑아마신 140엔의 콘수프는 지친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중간중간 괜찮은 분위기의 식당들이 있었지만 선뜻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영어가 안써져있어 뭘파는지도 몰랐고,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우리는 가게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소심한 한국인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찌저찌 호텔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역시나 내가 뭘시켰는지 몰랐지만 무슨 튀김밥과 온소바가 나왔다. 용캐도 같이 온 Celia는 ‘하또(Hot)’를 알아들었다. 뭔지도 모르고 추가한 15엔은 알고보니 온소바 곱빼기였다. 물론 소식가인 나는 남겼다. 확실한 건 일본은 튀김이 야무지다는 것이다. 그릇을 가져다 줘야하는지 놓고가도 되는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에 내심 현타가 찾아왔다. 영어가 없으니 난 벙어리와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가게 바로 옆에는 멋지고 작은 로스팅 카페가 있었다. 여러가지 커피빈이 볶아져있었고 바리스타인 Celia는 눈이 돌아갈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그럴 힘이 없었다. 커피 맛이 어떤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맛있었겠다. 편의점에서 대충 이것저것 사고 숙소에 돌아왔다. 꽤나 긴 하루였다. 발바닥이 비명을 질렀다. 흡연실에서 주저앉아 오늘의 첫 담배를 폈다. 그래도 괜찮은 여행 첫 날이다. 내일은 좀더 바쁘고 재밌게 돌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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